수원문화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HOME  ·  지역정보  ·  문화유산  ·  수원설화

수원설화

사낙골

작성자 : 수원문화원 날짜 : 20/12/08 14:39 조회 : 973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

사낙골

김용국

우리의 고전에는 욕심을 경계하는 이야기들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야박한 부자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러 집안이 몰락하였다는 유의 이야기가 그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잘 살기를 소망한다.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인 면에서도 넉넉함을 뜻하는 것이다.

누가 애써 가난하게 살기를 소망하겠는가?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기로 하는 이야기는 한 개인의 지나친 욕심에 따른 개인몰락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마을 전체가 몰락하였다는 이야기다.

먼저 이야기가 전하는 입북리의 유래를 보면 이렇다. 입북리(笠北里)는 갓띠라고도 불리웠는데, 갓띠의 유래는 세 가지다.

먼저 이 마을의 지형이나 지세가 북쪽으로 삿갓[笠, 삿갓 립]을 쓴 모양과 같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이 곳에서 용변을 보던 중 갑자기 나타난 한 여인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삿갓으로 변을 덮고 북쪽으로 도망가 버렸다 하여 붙여졌다는 유래담도 있다.

한편 벌말(3통지역)에는 갓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던 갓띠풀이 많았는데 그 곳의 북쪽이라 하여 입북리라고 하였다고도 전한다. 모두 삿갓, 갓띠풀, 북쪽과 연관되어 입북 또는 갓띠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

이야기는 입북동의 사낙골에 전한다. 작은 갓띠(소입북)와 강짓말 사이에 있었던 이 마을은 광주촌(옛날에는 율전동, 즉 밤밭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입북동에 편입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도둑이 자주 출몰해 살기가 힘들게 되자 이곳으로 옮겨와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마을로 옮겨오니, 이번에는 거지가 많아 마을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스님이 시주를 왔다. 마을 사람들은 가뜩이나 거지가 많아 먹고살기가 힘든데다가 스님까지 시주를 왔으니 박대를 했다. 그러면서 스님보고 거지나 없애 달라고 말했다. 스님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박대하는 것도 모자라 거지들도 쫓아달라?’ 스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뒷산의 산허리를 끊어 놓으면 거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말대로 뒷산의 허리를 끊었다.

그러자 정말 거지가 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길손들의 발길마저 끊겨 버렸다.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마을에도 폐가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 뒷산의 허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맥(人脈)’이었던 것이다. 인맥이 끊어지자 자연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고, 게다가 후손까지도 끊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사낙골 사람들은 다시 현재의 율천동 밤밭 마을 쪽으로 옮겨가 살게 되었다. 이 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삶은 생기를 되찾았고, 자손도 번창해 잘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뜻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듯 하다. 왜냐하면 한편은 사낙골 사람들의 입장에서 해석을 하는 것이요, 한편에서는 스님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인 즉, 사낙골 사람들의 입장이 매우 곤란한 지경임에도 스님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옮기다는 뜻에 이(移)자를 보면 벼화변에 많을 다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먹을 것이 많은 곳으로 이주를 한다는 뜻이다.

광주촌에서 사낙골로 이주한 사람들이 이사한 곳은 도적도 피하고 먹을 양식도 풍부한 곳으로 옮겨갔다는 의미이다. 또한 거지들도 사낙골이 비교적 먹고 살만한 곳이기에 찾아가 구걸을 하였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볼 때, 스님의 시각에서 보면 사낙골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 것으로 보였음은 당연하다.

‘콩 한쪽도 나눈다’하지 않았던가? 만일 사낙골 사람들이 거지와 콩 한 쪽을 나누었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수확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본 것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법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사낙골 사람들이야 결과를 놓고 후회도 되었겠지만 다시 옮겨간 곳에서는 이러한 나눔의 정이 보다 커졌던 듯 하다.

이야기가 결말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눔에서 얻는 기쁨이다. 이는 비단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행가의 가사에 ‘..인생은 더하기다, 곱하기다..더하며 살자..’고 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눌 때 커지는 것이 인생이며 행복이 아닌가 한다.